〈파도와 산〉은 흔들림과 고요, 그 사이에 깃든 진실한 형상에 대한 기록이다.

자연은 말없이 형태와 색을 남긴다. 

파도의 흐름처럼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선, 산처럼 묵묵히 쌓여가는 색. 

이와 같은 돌의 결, 조개의 무늬, 나무의 껍질, 동굴의 벽면을 관통하는 자연의 단면에서 작가는 시선을 멈춘다.

자연은 작가에게 외부의 풍경이 아니라, 이미 몸과 마음 깊은 곳에 침잠된 내면의 일부다. 

시선이 머무는 지점은 결국, 자신의 하루를 엮어가는 감정과 기억의 무늬다. 

한지, 먹, 옻, 흙과 같은 그림의 재료 또한 삶 속의 시간에서 비롯된 흔적이다. 

어린 날 기억 속 먹의 냄새, 종이의 색, 흙의 질감은 다시 작업의 재료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자연 안에 켜켜이 쌓인 형태와 색은 끝나지 않는 발견의 연속이며, 작업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반응하며 구체화된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려는 태도. 그것이 이 전시의 중심에 있다.